내가 사는 너의 세계

김진주

김진주는 ‘사물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대한 고민을 화면에 담습니다. 일상에서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 숨겨진 변화를 화면에 옮깁니다. 사물이 놓인 자리와 현상에 대한 관심은 ‘바른 위치’에 대한 관심과 ‘내가 존재하는 자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으로 관람객을 인도합니다.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공원의 나무들은 모양을 달리합니다. 변화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이 위치하는 곳’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져보게 합니다.

쉬운 말 가이드

김진주 작가는 일상의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사물이 있어야 하는 자리’가 어디인지 고민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진주 작가는 자신이 관찰한 식물의 변화를 구족화*로 그렸다. 작가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서 활동하며, 가까운 마로니에 공원에서 매일 나무를 지켜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나무가 서로 비슷하게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달라졌다. 김진주 작가는 계절을 따라 꽃과 잎이 피고 지는 나무들을 그림에 담았다. 평소에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던 공원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꽃과 나무의 종류만 100개를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무들을 멀리서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모양이 전부 달랐다.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었다. 나무는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여름이 되면 잎을 성장시킨다. 가을이 되면 낙엽을 떨어트리고, 겨울이 오면 봄을 기다린다. 작가가 관찰하는 마로니에 공원은 ‘우리 자신이 있는 자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인가? 우리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구족화 :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이 입이나 발을 사용해서 그린 그림. 입에 연필, 붓 등을 물고 그림을 그리거나, 발로 연필, 붓 등을 쥐어서 그림을 그린다.
김진주, 은행잎-침엽수들, 2023, 종이에 라이너 펜, 45.5x30.5cm
김진주, 2월에 본 은행나무의 겨울눈, 2023, 종이에 라이너 펜, 51x35-5cm
김진주, 새(싹)순, 2023, 종이에 라이너 펜, 30.5x23cm
김진주, 꽃과 그들의 수정, 2023, 종이에 라이너 펜, 30-5x45cm
김진주, 열매, 2023, 종이에 라이너 펜, 30.5x2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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